정답은 맞았는데 왜 골랐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맞힌 학생에게 ‘왜 이 답을 골랐어?’라고 물었을 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지문에서 본 단어가 선택지에 있어서 골랐거나, 다른 선택지가 더 이상해 보여서 남은 답을 택하기도 했다.

점수는 필요하지만 영어 독해 이해도의 전부는 아니다. 이 글에서는 정답 여부 뒤에 가려진 독해 과정을 확인하는 질문에 집중한다.

오답도 지문에 나온 내용으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리딩이나 리스닝 문제는 오답이 생각보다 교묘하다.

예를 들어 리스닝에서 한 인물이 아침에 시계를 찾고, 이를 닦은 다음 학교에 간다고 하자.

문제가 “다음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학교에 가는 것이다. 하지만 오답 선택지에도 ‘시계를 찾는다’, ‘이를 닦는다’처럼 실제로 대화에서 언급된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

학생이 문제에서 묻는 시점이나 순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이 표현 들었는데?”라는 이유만으로 답을 고를 수 있다.

리딩의 세부사항 문제도 비슷하다. 보기 대부분이 본문에 등장한 정보라면 단어 몇 개를 발견한 것만으로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본문에서 단어를 봤는가가 아니라, 질문이 무엇을 묻고 있고 해당 정보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됐는가를 이해했는가이다.

같은 지문에서 영어 독해 이해도와 정답 근거를 확인해보기

다음은 오답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만든 문제다. 실제 교재 문제나 학생의 시험 기록은 아니다.

Sora wanted to ride her bike in the park. It started to rain, so she stayed home and made a card for her friend. When the rain stopped, she walked to the post office to send the card.

질문: Why did Sora go to the post office?
A. To ride her bike.
B. To wait for the rain.
C. To send a card.
D. To make a card.

정답은 C다. 이 문제에서 확인할 것은 post office의 뜻만 아는지가 아니라 to send the card를 가는 목적과 연결했는지다. A는 처음에 하고 싶었던 일이고, D는 집에서 이미 한 일이다. B는 비라는 단어가 지문에 등장하지만 우체국에 간 목적은 아니다.

“우체국이니까 C요”라는 답은 배경지식을 활용한 추론일 수 있다. 이것도 문제를 푸는 방법이지만, 해당 지문을 읽고 이해했다는 확인은 아직 남는다. 이때 “이 글에서 보낼 것이 무엇인지 적힌 부분을 보여줘”라고 묻는다. 반대로 C를 말하지 못해도 마지막 문장을 짚고 “친구에게 카드를 보내러”라고 답한다면 선택지를 읽는 과정에서 막혔는지도 볼 수 있다.

오답을 지워 정답을 찾는 것 자체가 나쁜 습관은 아니다. 왜 지웠는지 지문으로 설명하는 소거법과, 익숙하지 않은 표현을 무조건 지우는 추측은 구분해야 한다. 모든 선택지를 매번 길게 해설하게 하기보다 C와 D처럼 헷갈린 두 개만 비교해도 목적과 행동 순서를 확인할 수 있다.

높은 레벨일수록 “모르겠다”고 말하기 어려운 학생도 있었다

수업을 하면서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은 학생의 레벨이 올라간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본인의 욕심이나 학부모의 요청 등 여러 이유로 현재 실력보다 높은 수준의 수업에 들어온 학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르겠어요”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 학생은 빈칸으로 두기보다 일단 답을 고른다.

문제는 그렇게 고른 답이 우연히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두 문제라면 별일 아닐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반복하면 점수만 봤을 때는 학생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정답 자체보다 왜 그 답을 골랐는지를 확인하려고 했다.

정답을 지운 이유까지 설명한다면 그것도 이해의 근거다

정답 문장을 바로 찾는 학생만 이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다른 선택지가 본문과 맞지 않는다고 근거를 들어 지우는 것 역시 이해를 보여준다. 확인이 더 필요한 것은 정답을 찾은 경로를 설명하지 못하거나, 본문에 없는 내용을 근거로 말할 때다.

한 번의 짧은 답변으로 추측했다고 단정하지 않고, 글을 보며 근거를 찾을 시간을 준다. 본문은 설명하는데 선택지의 표현만 어려워한다면 지문 전체를 다시 가르치기보다 그 표현을 확인하는 편이 맞을 수 있다.

“왜 이 답을 골랐어?”라고 물으면 보인다

학생이 문제를 맞혔을 때도 가끔 “왜 이걸 골랐어?”라고 물었다.

학생이 근거가 되는 문장이나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대답이 “그냥요”라면 다시 본문에서 근거를 찾아오게 했다.

리딩에서는 정답의 근거가 되는 문장을 찾게 하고, 가능하면 다른 선택지가 왜 오답인지도 확인하게 했다.

예를 들어 네 개의 선택지가 있다면 단순히 정답 하나를 찾는 데서 끝내지 않고,

  • A는 왜 아닌지
  • B는 본문에서 어떤 내용인지
  • C가 왜 정답인지

를 다시 확인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운 좋게 정답을 맞힌 경우와 실제로 내용을 이해한 경우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었다.

점수가 실력을 보여주지만, 점수만으로는 부족하다

학부모 상담을 하거나 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시험 점수를 실력과 거의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점수가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쉬운 지표라는 점은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수업에서 학생들을 직접 보면 같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라도 실제 이해 수준은 다를 수 있다.

한 학생은 내용을 이해하고 근거를 찾아 답을 맞힐 수 있고, 다른 학생은 여러 문제를 추측해서 비슷한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영어 학습에서 정말 확인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몇 개 맞혔는가”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그 답이 맞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다른 선택지가 왜 틀렸는지 알고 있는가, 그리고 들거나 읽은 내용을 자기 방식으로 다시 정리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까지 확인했을 때 비로소 영어 독해 이해도를 조금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이 글의 지문 다음에 다른 글로 이해를 확인하고 싶다면 영국문화원의 수준별 영어 읽기 자료와 활동를 활용할 수 있다. 정답 개수뿐 아니라 어느 문장에서 근거를 찾았는지 함께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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