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부모님들이 파닉스를 끝낸 시점을 하나의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파닉스는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을 가르쳐보니 파닉스를 끝냈다는 것과 영어 문장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였다.
내가 수업하면서 체감하기로는 파닉스를 마친 학생 중에서도 문장이 길어지면 읽는 것부터 어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비교적 정확하게 소리 내어 읽는 학생 중에서도 내용까지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은 훨씬 적었다.
결국 파닉스는 영어 공부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파닉스를 끝내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파닉스를 배운 학생은 알파벳과 소리의 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짧은 단어나 He likes cats.처럼 세네 단어 정도로 구성된 간단한 문장은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학생도 많다.
하지만 문장이 길어지고 모르는 단어가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글자를 소리로 바꾸는 것과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다른 능력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업에서도 문장을 꽤 자연스럽게 읽었는데 “그래서 누가 무엇을 했어?”라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모습을 반복해서 보면서 파닉스 다음 단계에서 바로 읽는 양만 늘리는 것이 과연 가장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파닉스: 먼저 ‘누가 무엇을 한다’를 알게 하고 싶다
내가 파닉스를 끝낸 학생을 처음부터 가르친다면 리딩에 들어가기 전에 아주 기본적인 영어 문장 구조부터 보여줄 것 같다.
처음부터 1형식부터 5형식까지 문법 용어를 외우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선,
Tom likes soccer.
라는 문장이 있다면,
Tom→ 누가?likes→ 무엇을 한다?soccer→ 무엇을?
정도의 구조부터 보는 것이다.
영어에는 대체로 누가 무엇을 하는지 표현하는 기본적인 틀이 있다는 것을 먼저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그 다음에 주어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표현, 동사의 역할, 주격과 목적격 등을 하나씩 연결하면 된다.
이 최소한의 구조가 잡혀 있어야 학생이 리딩을 할 때도 단어를 하나씩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장 안에서 관계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닉스: 문법이 약하면 Writing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문법 기초가 약한 학생의 어려움은 Writing에서 특히 잘 보인다.
리딩에서는 앞뒤 문맥이나 익숙한 단어를 활용해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지만 Writing은 학생이 직접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대문자로 문장을 시작하거나 끝에 마침표를 쓰는 것부터 놓치는 경우가 있고, be동사와 일반동사를 섞거나 주어에 맞게 동사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모습도 나온다.
파닉스는 단어를 읽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지만 He is happy.와 He likes soccer.가 왜 다른 구조인지까지 가르쳐주는 과정은 아니다.
그래서 파닉스 이후에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최소한의 규칙을 먼저 잡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파닉스: 그렇다고 문법 문제만 푸는 영어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문법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육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험에서 복잡한 문장의 구조를 분석하고 정답을 찾는 능력이 높더라도 실제 Listening, Speaking, Writing 능력과 항상 같은 수준인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문법은 어려운 용어를 많이 외우고 함정 문제를 맞히기 위한 문법과는 조금 다르다.
학생이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문장 체계에 가깝다.
파닉스를 마쳤다면 먼저 주어와 동사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 다음 목적어와 대명사, 현재와 과거 같은 기본 시제를 배우고, 이후 진행형처럼 조금씩 구조를 확장해갈 수 있다.
그 과정과 함께 Reading, Listening, Speaking, Writing을 연결하는 방식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에 가깝다.
파닉스를 끝낸 뒤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파닉스를 끝냈다면 영어의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수업에서 학생들을 보면 그 다음부터 무엇을 어떻게 배우느냐가 훨씬 중요해 보였다.
학원에 다니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학원에 보내는 것만으로 모든 학생에게 같은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복습과 단어 공부가 필요하고, 부모 역시 아이가 현재 어느 단계에 있고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초등학생용 영어 커리큘럼을 만든다면 파닉스 → 기본 문장 구조 → 기초 문법 → Reading과 Writing으로 확장하는 흐름을 먼저 만들고 싶다.
파닉스는 영어를 읽기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영어 문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장을 만드는 공부는 그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